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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비노기 영웅전의 진퇴양난
Simon Creek
2022-04-11 08:01

마비노기 영웅전

마비노기 영웅전은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게임 중에 하나이다. 어려서부터 재미있게 했던 게임이기도 하고 학생이라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았던 때에도 시간을 들이다보면 어느샌가 높은 스테이터스를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마비노기 영웅전이라는 기본적으로 몬스터의 공격을 피하면서 캐릭터의 공격을 적중시키는 꽤나 정석적인 액션 게임이다. 다만 그 장르적 특성상 온라인 게임에서는 그 형태를 찾아보기 어려운, 괴짜에 속하는 게임이 바로 마비노기 영웅전이다.

마비노기 영웅전이 출시한 2010년 1월 이후 강산이 변할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많은 게임들이 출시되었고 마비노기 영웅전은 여러 업데이트를 거쳤으며 유저들은 증감을 반복했다. 그리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더욱 많은 CCU를 잃고 있는 상황이다.

마비노기 영웅전이라는 게임은 그 존재부터 매우 특이하지만 그 변화또한 매우 특이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마비노기 영웅전이라는 게임의 분석을 충분히 재미있어 보인다.

애초에 마비노기 영웅전은 성공하지 못할 게임이었다.

마비노기 영웅전(이하 마영전)은 정통 액션 RPG를 표방한다. 여러 논쟁을 차치하고 최소한 출시 시점에는 그러했다. 마비노기 영웅전은 그 당시에 상당히 획기적인 게임으로서 인식됐다. 심지어 지금까지에 이르러서도 마영전 이후로 출시된 3D 온라인 액션 RPG의 수는 매우 적은 편이니, 그 당시의 충격을 두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러나 어떤 게임이 혁신적이라고 하여 그 게임이 온라인 게임으로서 성공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실제로 그러했다. 액션 알피지는 레이버 코스트(Labour cost)가 많이 요구되는 장르이다. 3D 게임 개발에 있어서 필요한 그래픽스 코스트 또한 적지 않지만 3D 액션으로서의 일관적이고 즐거운 경험을 만들어 내기 위한 설계, QA 등에 필요한 코스트 또한 2D에 비해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마련이다.

한편 마영전은 성공적으로 런칭은 했으나 성공적인 매출을 만들어 내지는 못했다. Pay to win이 성공적으로 정착했던 당시 분위기였지만 액션 RPG를 표방하는 마영전은 게임의 밸런스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캐시 아이템을 출시하길 꺼렸기 때문이다. 그 결과 마영전은 이너 아머나 헤어 등 외형 아이템을 통해서 운영을 하고자 했다.

결론을 이야기하자면, 마영전은 지속 가능한 BM(Business Model) 설계에 실패했다. 소위 외형, 스킨 위주의 BM 설게는 가장 중요한 전제를 필요로 한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총 인구 풀이 많아야 한다. 그래야 스킨, 외형 아이템을 구매하는 절대량이 증가하고 지속 가능한 BM으로서 성립하는 것이다. 그에 비해 마영전의 유저 풀은 충분하지 못했다. 마영전은 해결해야 하는 숙제들을 안게 되었다.

  • 더욱 많은 유저 풀을 확보할 것
  • 스킨 이외의 BM 설계를 하면서도 게임의 핵심 메카닉을 해치지 않는 것일 것

대답은, 액션성을 양보하는 것

마영전의 대답은 무기 강화와 XE 서버였다. 기본적으로 무기 강화에는 다음과 같은 의미가 있다.

  • 플레이어게게 장기간 유지 가능하고 수요 있는 목표를 제시한다.
  • 게임의 난이도를 극복할 수 있는 일종의 외부 수단을 제공한다.

당시의 마영전 유저들은 강화 시스템을 매우 불필요한, 액션 게임에 있어서는 안 되는 시스템으로서 인식했다. 물론 그러한 주장에 타당성은 있으나, 지속 가능한 BM 설계를 해야 하는 개발진 입장에서는 강화 시스템은 마영전이라는 온라인 게임을 계속해서 운영해 가기 위한 차선책이었을 것이다.

강화 시스템 이전의 마영전은 오래 할 수 없는 게임이었다. 액션 게임의 레이버 코스트는 매우 높은 반면 유저들은 몬스터를 개발자가 원하는 만큼 오래 즐기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해당 몬스터를 잡아서 만들 수 있는 장비도 만들고, 해당 몬스터를 통해서 획득 가능한 업적 까지 완료한다면 더 이상 플레이할 동기를 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저의 수는 빠르게 줄었고 게임을 더 이상 하지 않는 유저들이 이너 아머나 헤어 같은 외형 아이템을 살리도 만무했다. 개발자들은 유저들이 똑같은 몬스터를 계속해서 잡도록 하는 목표를 제시할 필요가 있었다.

과연 강화만이 최선이었는가 하는 질문엔 대답하기 어렵다. 하지만 강화 시스템을 실체화 시키는 것이 다른 어떤 시스템보다 용이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단순히 개발자들에게 구현하기 익숙한 시스템일 뿐만 아니라, 운영팀에게도 해당 시스템의 의미를 설명하기도 편했을 테니까 말이다.

유저풀을 끌어올리기 위한 또다른 선택은 XE 서버였다. 하드코어 게이머들에게는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마영전은 어려운 게임이다. 사실 지금도 마영전은 쉬운 게임이 아니다, 단지 기본으로 지급되는 장비들의 수준이 매우 뛰어나기 때문에 출시 당시보다 쉽다고 느껴지는 것일 뿐이다. XE 서버는 게임을 더 쉽게 만들기 위한 다소 극단적인 방법이었다. 그것은 바로 기존의 어려운 난이도가 적용되는와 상대적으로 매우 쉬운 난이도가 적용된 XE서버로 이원화하여 게임을 서비스 하는 것이었다.

물론 XE 서버가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는가에 대해서는 파악하기 어렵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었던 일인가에 대해서 필자는 회의적이다. 같은 게임을 조금씩 바꾸어 동시에 개발하는 것은 원 빌드에 비해서 매우 수고로운 일인데다가 유저들의 경험 사이에 공유되지 못하는 큰 벽을 세우는 것은 동일한 수준의 경험을 제공하고 끈끈한 유저풀을 형성하는데 별로 바람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XE 서버 개발에 들어간 레이버 코스트의 기대비용 또한 적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마비노기 영웅전 초기의 대책은 절반의 성공이라고 볼 수 있었고 지금까지 게임을 운영할 수 있게 된 초석을 세운 동시에 지금의 애매한 마영전의 개발 방향을 제시했다고 할 수 있다.

시즌2, 공제, 그리고 빠른 전투

마영전은 이후 꽤나 성공적으로 롱런에 정착했고 시즌2에 이르러서는 게임 역대 가장 많은 유저풀을 가지게 되었다. 아이러니 하게도 강화, 인챈트 등의 시스템을 통해서 소위 액션성을 가장 많이 포기했을 때 비로소, 마영전은 가장 많은 유저들을 보유하게 되었다. 그리고 시즌2를 기점으로 하여 소위 공제라고 하는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공제라 함은 일정 스테이터스를 보유한 캐릭터만을 파티원으로 포함시켜 주는 약속을 의미한다. 가령 공격력 1만 5천 이상, 크리티컬 100 이상 등 파티 플레이를 위한 조건을 유저들이 임의로 정하는 것이다. 공제 시스템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했다. RPG 게임에서 공제는 전혀 문제가 없는 시스템이라고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소위 라이트 유저들은 공제에 가지는 부정적 의식이 더 컸다.

사실 공제라는 표현이 마치 마영전의 고유한 사회 문제인 것처럼 되었지만 몇몇이 지적하는 것처럼 스펙의 제한은 RPG 게임에서는 매우 오래된 현상이고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애초에 왜 마영전에서만 공제가 문제가 된 것일까? 그것은 바로 마영전이 아직 포기하지 않은, 그리고 지금도 포기하지 않고 있는, 정통 액션 RPG를 표방했기 때문이다.

당시의 마영전의 캐치 프레이즈인 액션 프리미엄은 신규 및 라이트 유저들이 마영전에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바로 액션이다. 마영전 유저들은 액션을 기대하는데 비해서 게임의 엔드 콘텐츠가 사실상 강제하는 것은 액션이 아닌 무언가였다.

이러한 부정적인 인식의 연쇄가 계속 이어지면서 마비노기 영웅전이라고 하는 게임 자체에 대한 유저들의 관심도는 지속적으로 감소했고 개발자들은 빠른 전투라고 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기에 이르렀다. 빠른 전투는 유저가 다른 유저들을 가려받지 못하게 하는 대신 더 보상을 많이 주는 전투 방식으로서 공제라는 현상을 일반 유저들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정도의 규모로 감소시켰다. 동시에 빠른 전투 도입 이후, 신규 유저 라이트 유저들이 엔드 콘텐츠에 가지는 접근성은 전례없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아쉬운 액션 게임, 아쉬운 RPG 게임

마영전은 많은 것을 이루어냈다. 그것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 액션이라는 코어 메카닉을 포기하지 않았다.
  • 게임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지속 가능한 BM을 어떻게든 유지하고 있다.
  • 액션 게임이라는 정체성을 위협하는 공제 시스템을 최대한 완화했다.

그런 의미에서 마영전은 현존하는 몇 안되는 성공한 3D 온라인 액션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마영전은 액션 게임을 좋아하는 코어 게이머들의 눈에는 차지 못하는 아쉬운 액션 게임이 되고 말았다. 반면에 마영전은 RPG 게이머들에게 있어서도 아쉬운 게임이 되었다.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은 어렵다. 그러다 보면 그 무엇 또한 포기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으며 그 결과는 누구도 만족시키 못하게 된다.

마비노기 영웅전의 미래는 던전앤 파이터에 있다.

마비노기 영웅전과 비슷하게 액션성을 강조하는 RPG가 있다. 바로 던전앤 파이터(이하 던파)이다. 던파는 마영전과 다르게 소위 RPG성을 주저하지 않고 발전시켰다. 던파는 전투 능력에 영향을 주는 캐시 아이템 출시에도 적극적이었으며 매우 소수만이 얻을 수 있으며, 전투 능력에 큰 영향을 주는 일명 "에픽" 이라는 아이템 등급을 만들어 유지했다. ( 다만 현재 시점 기준에서는 에픽의 접근성이 매우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

마비노기 영웅전 또한 RPG성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의 마영전은 누구도 만족하기 어려운 게임이다. 그러므로 누군가를 만족시키고자 한다면 한 쪽으로 기울어야 한다. 그렇다고 하여 액션성을 강화하는 것은 오히려 게임의 수명을 단축하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차선책은 RPG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다만, RPG성을 강화한다고 하여 던파와 동일한 길을 걸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유저들로 하여금 성장의 욕구를 느끼게 하여, 게임하는 시간을 가치있다고 느끼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던파는 "사도 레이드"라는 높은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기대확률이 매우 낮은 지옥파티라는 콘텐츠의 수명이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이며, 수십일을 돌아야 레전더리 장비를 지급하는 일일 퀘스트가 유지될 수 있었다.

지금의 마영전에는 더 큰 목표가 필요하고 성장의 욕구가 필요하며 내가 하는 콘텐츠가 가치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넥슨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사실 어떤 게임이 어떻게 되어야 한다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왜냐하면 게임은 외부로 노출되지 않는 수 많은 내부 지표들 없이는 명확한 문제의 모습이나 진행 상황을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표에 대한 지식 없이는 지금 당장의 불만을 잠시 해소하는 정도의 어설픈 해결책만을 제시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로 마영전에 대한 rant를 한 이상, 어느 정도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이 도의적으로 적절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쉽고 효과적인 정도의 해결책은 간단하게 제시해본다.

  • 헬 결사대의 보상 강화

헬 결사대는 일종의 최종 엔드 콘텐츠가 되야 한다. 하지만 헬사대를 돌지 못한다고 하여 그것이 매우 큰 박탈감으로 이어질 필요는 없다. 하지만 안 돌면 "꼬운" 정도는 되어야 한다. 생각컨대 헬 결사대에서만 드랍되는 아티팩트와 해당 아티팩트 전용 인챈트 정도면 적절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레이드 반복에 대한 보상 부여

지금의 레이드 반복에는 노력에 대한 보상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노력을 아무리 해도 제대로 리턴이 돌아온다고 기대하기 어렵고 레이드가 지루하게 느껴진다. 생각컨대, 레이드를 일정 회수 반복하면 해당 레이드 구간에 적용되는 스테이터스 보너스를 상한을 정하여 부여한다면, 적절하게 동기를 부여하는 동시에 기존의 아이템 밸런스를 해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마하의 계절 재구현

말하자면 Today 전투들에서 마하의 계절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해당 전투에는 스테이터스 상한이 존재하지 않으며 히어로 모드의 스테이터스가 적용된다. 또한 마하의 계절을 1단계에서 8단계까지 활성화할 수 있고 각 단계는 모든 스테이터스의 조금씩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적용된다. 밀레시안 풀 세트의 기준으로 마하의 계절 8단계를 활성화하면 밀레시안 노강의 효과를 받게 된다.

마하의 계절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여 캐릭터 스펙뿐만 아니라, 유저 콘트롤에 대한 메리트를 부여하는 콘텐츠 구현으로서, 상대적으로 만들기 쉬운 형태이다. 한편으로는 스펙이 낮더라도 마하의 계절 낮은 단계를 활성화하여 적은 보상이라도 받을 수 있게 되어 있으므로, 박탈감을 완화할 수 있다. 마하의 계절 보상은 신규 목걸이 또는 목걸이 교환할 수 있는 인장 정도면 충분히 콘테츠 유인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