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거래는 그럴 듯한 시스템이다
개인 거래는 오랜 시간 RPG 게임의 전통적인 시스템으로서 구현되어 왔다. 게임이 일종의 소규모 커뮤니티를 표방하는 이상 플레이어들간의 다양한 상호작용은 필연적이고 그 중에서도 플레이어들간의 아이템 및 재화 교환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일부는 특별한 시스템의 지원 없이 단순히 바닥에 아이템을 떨어트리는 형식으로 이루어지거나 아니면 우편 등의 시스템을 우회해서 이루어지기도 했고, 또 많은 게임들이 자체적인 개인 거래 시스템을 플레이어들에게 편의적으로 제공해 왔다. 이렇듯이 실재하는 시스템으로서나 아니면 실질적인 현상으로서나 개인 거래 시스템은 RPG와 함께해 왔고 플레이어간의 상호작용을 풍부하게 하는 시스템으로서 존재해왔다. 사실 미시적 관점에서, 혹은 플레이어간의 상호작용의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개인 거래는 매우 그럴듯한 시스템이며 몰입감을 높여주는 긍정적인 구현이었다. 하지만 최근의 게임들은 개인 거래를 구현하지 않는 추세이며 그 이유에는 개인 거래가 그럴 듯함을 넘어서는 부정적인 거시 효과를 가져오는데 있다.
개인 거래와 외부 변수
개인 거래는 자유 시장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로서 인간 문화의 역동성을 상징한다. 하지만 게임의 경제나 환경은 태생적으로 개발사의 철저한 통제 아래에서 이루어진다. 이는 단순히 개발사의 비즈니스 로직에 의한 결정이라기 보다는 게임이 소규모 커뮤니티라는 점에서 근거하여, 그 커뮤니티를 외부의 통제 불가능한 변수로부터 보호하기 위함이다. 개발사가 계정이나 현금의 거래 등을 명시적으로 제한하는 등이 조치를 취하는 것도 현금이라는 외부 변수가 게임 속에서의 영향력을 지나치게 발휘하는 것을 적정 수준을 넘지 못하게 하기 위함인 식이다. 그리고 개인 거래는 그런 모든 부적절한 행위의 시작점이라고 볼 수 있다.
개발사들은 이러한 부적절한 행위를 걸러내기 위하여 다양한 조절을 실행했다. 거래가 불가능한 아이템 속성을 추가하거나, 아이템에 거래 가능한 횟수를 추가했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적 비용을 지불해야만 하는 가치가 있는 시스템인가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내지 못한 것인지, 지금의 게임들은 개인 거래를 구현하지 않는 추세다. 그 보다는 경매장 등의 중앙 집권화된 거래 플랫폼을 제공하는 식으로 거래 상황을 적절하게 통제할 수 있도록 설계를 하고 있다.
개인 거래는 역사속으로 사라질 시스템
더 나아가 개인 거래가 그 당위성을 얻지 못하는 것은 경매장과 같은 중앙화된 거래 플랫폼을 두고 개인 거래를 해야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오히려 개인 거래는 중개인 없이 개인대 개인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거래상의 부정적 경험을 산출하는 등, 오히려 플레이어들이 개인 거래를 꺼려하는 요소를 가진다. 때로는 플레이어들은 무한한 자유보다도 일종의 통제된 환경속에서 안정을 느낀다는 사례이기도 하다.
상기한 이유로 인해서 개인 거래는 아마도 역사속으로 사라질 것이라고 본다. 개인 거래가 가져올 부정적 영향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외부 변수의 개입을 최소화해야 하는데, 한국의 온라인 게임 생태계를 고려할 때에는 그러리라고 보기 어렵다. 한편 해외의 경우도 회의적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애초에 해외에서는 온라인 게임 RPG 커뮤니티 형성에 소극적일 뿐만 아니라 애초에 국내처럼 적극적으로 캐시 아이템의 게임 시스템 개입을 허용하지도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