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런스는 모호한 개념이다.
게임 커뮤니티에서 밸런스는 일종의 황금률로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그 실재에 있어서 밸런스는 다소 모호한 의미가 있는 탓에 어떤 것이 과연 "밸런스"인가에 대해서 많은 논란을 일으킨다. 모든 캐릭터가 동일하게 스킬을 사용하고 동일한 스테이터스를 가지는 것이 과연 진정한 의미에서의 밸런스라고 할 수 있겠는가? 아마도 아닐 것이다. 그보다도 밸런스라고 함은, 서로 다른 환경과 조건에서도 결과의 합리성이 일관적이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사실 모든 개성을 거세하고 일원화하는 것이 밸런스가 아니라는 데에는 일종의 컨센서스가 있다. 그보다 문제는 과연 어디까지가 합리적인가에 대한 논의가 연역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합리성의 기준
앞서 말했듯이 밸런스란 합리성의 일관적 기준을 마련하고 그에 대한 기준에 맞추어 콘텐츠의 내용을 결정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가장 먼저 전제되어야 하는 것은 합리성의 기준을 결정하는 것이다. 이때의 합리성이란 결국 캐릭터의 구성에 비추어 결과가 개연성이 있는가를 의미한다. 가령 어떤 캐릭터가 특정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 당연하고 납득 가능하다면 그것은 합리적이다, 반면 터무니없고 말이 안 된다고 한다면 그것은 합리적이지 않은 것이다. 사실 무엇이 개연적인가 하는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치밀한 연역 논리 또는 많은 사례 분석을 통한 귀납적 추론이 필요하겠지만, 블로그라는 글의 특성을 어느 정도 고려해서 간단한 사례를 열거하는 정도로 한다면, 합리성의 기준은 대략 다음의 경우로 정리해 볼 수 있다.
- 난이도는 그 결과에 비례해야 한다.
- 유용성은 그 결과에 반비례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어려울수록 결과는 커야 하며 유용할수록 결과는 작아야 한다. 대략적인 합리성의 기준은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 그렇기에 합리성은 현실성과는 구분된다. 현실에서는 어려운 일이라고 하여 보상이 큰 것이 아니고, 유용할수록 결과가 작은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인 경우도 많다. 이는 현실의 정책 설계자들이 형성하는 "밸런스"의 설계 방향이 게임의 세계와는 다르기 때문이나 이것은 본 글에서 다룰 내용은 아니다.
계층별 합리성의 준거는 다르다.
상술한 이유로 합리성의 정도는 계층별로 다를 수밖에 없다. 계층의 차이가 난이도와 유용성의 차이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게임에 익숙할수록 캐릭터의 난이도는 쉬워진다, 또는 캐릭터의 장비나 스테이터스의 차이가 난이도를 더 쉽게 만들 수 있다. 결과는 똑같은데 난이도는 쉬워졌기 때문에 합리성은 더욱 떨어진다. 또한, 게임에 익숙한 경우, 또는 스테이터스의 변화를 통해 기획 의도에 포함되지 않았던 새로운 유용성을 창출하는 것 또한 가능하다. 이에 따르면 한가지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데, 아무리 시간과 노력을 기울인다고 하더라도 완벽한 밸런스를 실현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는 계층이 인간 사회와 공존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밸런스 조절에 있어서 계층 변수의 고려 기준
밸런스를 조절할 때 있어서 계층적 변수를 어느 정도로 고려해야 하는가는 매우 복잡한 문제이다. 말하자면 경우에 따라 다르다는 원론만이 정론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현실적 조건을 상정한다면 코어 게이머의 계층을 먼저 고려해서 밸런스를 조절해야 한다. 계층은 이산적이지 않고 선형적으로 구별된다. 즉 상위 유저와 하위 유저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상위와 하위 사이의 다양한 계층적 단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에 따라 플레이어들은 점진적으로 상위 단계로 수렴하게 된다. 따라서 밸런스 조절로 인한 재미 요소의 보존은 상위 유저뿐만 아니라 상위로 수렴되는 하위 권역의 유저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기대효과를 가지게 된다. 한편으로는 밸런스의 부재로 인한 재미 요소의 상실이라는 현상 자체가 하위권 유저들보다 상위권 유저들에게서 더욱 일반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그 당위성이 있다. 하위권 유저들은 게임의 요소들에 대한 이해도 자체가 낮기 때문에 밸런스를 판별한 기본적인 인식 자체가 부재한 경우가 있어 밸런스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적다. 한편 하위 유저들은 정형화된 전략이나 환경이 아닌 상대적으로 유동적인 게임을 하게 되므로 결여된 밸런스 인식 정도가 높지 않다. 그 결과, 상위권 유저를 중심으로 밸런스를 조절할 당장의 실리를 기준으로 더 많은 유저의 재미 요소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